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기획하고 수백 명의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대작 ‘중세 컬렉션’이 2018년 6월 ‘중세 Ⅳ’(960면, 8만원) 출간으로 완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2010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중세 Ⅰ’과 ‘중세 Ⅱ’가, 2016년에 ‘중세 Ⅲ’이 차례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만 출간되었기에 대한민국 독자들의 중세를 향한 뜨거운 열기와 높은 관심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의 저자, 또 20세기를 대표하는 석학으로 무엇보다 중세 전문가로 그 명성이 대단하다. 그는 평생 우리에게 암흑기로만 알려진 중세를 새롭게 봐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왔다. 서문에 실린 에코의 말을 잠시 들여다보자. “중세는 암흑기가 아니다. 암흑기라는 표현에서 끝없는 공포, 광신주의와 이교에 대한 편협성, 역병, 빈곤과 대량 학살로 인한 문화적이고 물질적인 쇠퇴기를 떠올린다면 (…) 이는 부분적으로만 적용할 수 있다. 그 시대가 남긴 유산 대부분을 우리는 아직 사용한다. (…) 우리가 우리 시대의 것인 것처럼 아직도 사용하는 중세의 발명품은 끝이 없다.”
‘중세 Ⅳ’가 다루는 1400년부터 1500년까지의 1백 년은 중세와 르네상스가 혼재된 시기다. 세계의 역사를 바꾼 사건들도 숱하게 일어났다. 1418년에는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동서 교회의 대분열 종식과 이단 추방을 선포했다. 1453년에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찬탈했고,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백년전쟁이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1455년에는 마인츠에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에 성공했다.
1492년에는 유럽의 마지막 이슬람 왕국인 그라나다가 함락되었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1497년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완성했다. 그리고 1498년에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서 지롤라모 사보나롤라가 처형되었다. 앞서 전작들이 2백 년에서 5백 년을 시기를 다루었던 것에 비하여 비교적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음에도 굵직한 사건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 사건들 어디에서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시작되었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1453년의 동로마 제국 붕괴를 중세의 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에코의 경우 그 끝을 1492년의 신대륙 발견으로 보고 있다. 중세의 끝과 르네상스의 시작이 어느 한 분야만의 업적이나 성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15세기에 상업과 무역업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이 진일보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조감으로 본 풍경을 그림으로써 그림의 경계선 너머를 상상하도록 자극했다. 또한 항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까지는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원거리 여행이 가능해졌다. 여러 번의 전쟁과 종교 불화를 겪으면서도 중세인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키웠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근대 국가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들 모두가 르네상스의 문을 연 주인공이다.
한 권당 100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방대한 분량은 흡사 백과사전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까지 여섯 개 분야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현재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세의 다양한 사건, 사상, 제도, 문화, 예술, 심지어 당대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다루고 있어 중세에 대한 궁금증을 말끔히 씻을 수 있다. 다 읽고 나면 중세가 얼마나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 왔는지, 또 근현대의 여러 분야가 정착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기틀을 마련해 왔는지까지 알 수 있다.
시공사는 창의, 열정, 조화라는 핵심가치를 실현해 고객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책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